《 테라와다불교의 법명(불명) 작법에 대하여 》빤냐완따 스님

관리자
2022-03-09
조회수 3496

《 테라와다불교의 법명(불명) 작법에 대하여 》


세상만물은 저마다의 고유한 이름과 명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생동안 남에 의해 불려지는 것이 바로 이름이나 명칭입니다. 본인의 의지가 전혀 개입되어 있지 않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처럼 붙여진 이름을 가지고 우리는 한평생 세상을 살아갑니다. 


사람의 이름을 성명이라고 하지요. 가계혈통을 나타내는 성과 개별적 명(이름)이 합해졌을 때 비로소 개개인의 온전한 이름이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명과 함께 예명ㆍ필명 등을 더불어 쓰기도 하고,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는 아예 개명을 하기도 합니다. 


이름이나 명칭은 사람에 의하여 우주만물 하나하나에 붙여진 것으로서, 그 자체가 우주만물의 본성ㆍ특성은 될 수 없지만 개념ㆍ선입견의 지배를 받으면서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는 그 안에 깃든 철학적 의미나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의 영향력 때문에 예로부터 작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부모가 이름을 지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교 안에서도 누군가 출가를 하게 되면 스승은 그 출가자에게 수계식과 함께 그의 덕성에 알맞는 이름을 지어주는데 이를 <법명> 이라고 합니다. 또한 일반인이 불교에 귀의하여 불자의 삶을 살아가고자 할 경우엔 삼귀의 오계와 함께 <불명>을 지어줍니다.


빨리어 3장에는 출가자의 속명과 법명, 그리고 재가자의 본명과 불명이 종종 나타납니다. 그러나 법명이나 불명이 어떤 방식으로 지어졌는가 하는 작법의 근거가 되는 내용은 빨리어 3장 그 어디에도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다만 수행자의 성품이나 출가 당시의 특수한 상황, 그리고 그 수행자의 근기에 맞는 수행덕목 등을 고려하여 지어주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입니다.


고따마 붓다께서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신 뒤, 바라나시 사슴동산에서의 초전법륜과 60명 아라한 제자들을 향한 바라나시 전도선언 무렵까지는 법명(불명)에 대한 개념이 없이 평소 불리던 이름 그대로를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초전법륜경 속에서 법명의 효시와 법명 작법의 근거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따마 붓다의 초전법륜을 통해 완전한 깨달음을 이룬 다섯 제자의 이름은 각각 <꼰단냐> <왑빠> <밧디야> <마하나마> <앗사지>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법을 깨닫고 최초로 비구가 된 사람이 바로 <꼰단냐>입니다. 고따마 붓다께서는 사성제와 무상의 진리를 최초로 깨달은 <콘단냐>에게 '완전하게 안 꼰단냐!' '깨달은 꼰단냐!' 즉 <안냐꼰단냐! 안냐꼰단냐!> 하시며 칭송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후, <꼰단냐> 존자를 제외한 다른 4명의 제자들은 계속 평소 이름 그대로 불리어졌지만, <꼰단냐> 존자는 부처님의 허락을 받고 설산으로 들어가 완전한 열반에 들 때까지 <꼰단냐>존자가 아닌 <안냐꼰단냐>존자로 불리었습니다. 이것으로 이루어 보아 <안냐꼰단냐>는 의도적으로 지어진 법명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법명이 되어버린 최초의 예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교가 교단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 때입니다. 부처님께 귀의한 빔비사라왕은 부처님과 부처님 제자들이 안정된 여건 속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웰루와나(죽림원)를 부처님 교단에 보시하였고, 이는 초기교단의 안정은 물론 교단확산의 전기가 되었습니다. 불교 안에서의 공식적인 법명(불명)은 이 무렵 등장합니다.


빨리어 율장 [마하왁가]에 보면, 고따마 붓다께서 한때 마가다국의 수도 라자가하 근교 웰루와나(죽림원)에 머물고 계셨는데, 

초전법륜의 5비구 중 한 분인 <앗사지>비구가 라자가하 시내로 탁발을 나갔다가 당시 육사외도 중의 하나인 산자야파의 걸출한 두 젊은 제자와 조우하게 됩니다. 그 젊은이들이 훗날 부처님의 두 상수제자가 되니 그 분이 바로 <사리뿟따> 존자와 <목갈라나> (혹은 마하목갈라나) 존자입니다. 


[마하왁가]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사리뿟따>(Sariputta)와 <목갈라나>(Moggallana)가 저 멀리서 오는 것을 보고 비구들을 불러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저기에 오고 있는 두 명은 <우빠띳사>(Upatissa)와 <꼴리따>(Kolita)이니라. 그들은 가장 뛰어나고 현명한 나의 한 쌍의 제자가 될 것이다."]


<우빠띳사>는 <사리뿟따>의 속명이며, <사리뿟따>는 불교에 귀의한 이후부터 불리어진 이름으로서, 부처님께서 직접 지어주신 법명으로 짐작됩니다. <사리뿟따>는 '사리(Sari)의 아들(Putta)'이란 뜻이며, 주석서에는 <사리뿟따>의 속가 어머니 이름이 <사리>였다고 합니다.


<목갈라나>는 주로 <마하목갈라나>로 불려집니다. 빨리어 경전상에는 부처님께서 직접 호명할 때 <목갈라나여!>라고 부르기도 하고, 다른 비구들에게 <목갈라나>에 대해 언급하실 때는 주로 <마하목갈라나>라고 지칭합니다. <꼴리따>는 <마하목갈라나>존자의 속명입니다. 주석서에는 <꼴 리따> 어머니 이름이 '목갈리(Moggali)' 였다고 합니다.


또한 주석서에는 부처님의 상수제자 중의 한 분인 <마하깟사빠> 존자에 대해, <마하깟사빠> 존자는 마가다국의 마하띳타 지역에서 바라문으로 태어났으며, 이름은 <삡빨리>였다고 합니다. <깟사빠>는 인도 바라문의 한 족성으로서, 고따마 붓다께서는 여기에 <마하>를 첨가하여 <마하깟사빠여!> 라고 불렀습니다. 사실, 부처님께서 직접 지어주셨는지 아니면 교단 내에서 자연스럽게 그리 부르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빨리어 경전상에는 한결같이 <마하깟사빠> 존자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밖에도, 빨리어 3장에는 출ㆍ재가자들의 이름들이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데, 그 가운데는 <앗사지> <아난다> <난다> 등과 같이 속명을 출가 이후에도 줄곧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별명처럼 불리던 이름 그대로를 법명으로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법명(불명)은 그 사람의 평소 덕행이나 성품, 그리고 수계 당시의 개인적인 특수상황 등을 고려하여 작명해 주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 승의 경우, 처음에는 한국테라와다불교 상가라자 뿐냐산또(도성) 큰스님과 아마라야노(거해) 스님께서 주석하고 계시던 부산 태종사로 출가하여 테라와다 수계식과 함께 두 분 스님으로부터 <깐띠담모>(인법)라는 법명을 내려받았는데, <깐띠>는 '인내', <담모>는 '담마ㆍ진리ㆍ법' 이란 뜻으로서, 그 어떤 난관에 봉착하더라도 굴하지 말고, 오직 생사해탈을 향해 꿋꿋하게 나아가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였습니다.


그 이듬해 미얀마로 건너가 사야도를 찾아뵙고 받아주실 것을 청하였으나 한국에는 아직 시마홀(계단) 등 계를 줄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이니, 계를 다시 받는 것이 좋겠다 하여 새로 계를 받게 되었습니다. 수계식 전날 사야도께서는 이 승에게 정확한 생년월일을 물으시더니 수계식날 아침 태어난 요일에 맞춰 법명을 새로 지어주셨는데, 그 법명이 바로 '지혜로운 사람, 욕망을 포기한 지혜로운 사람' 이란 뜻의 <빤냐완따>입니다.


현재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 테라와다불교국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법명이나 불명을 지어주고 있을까? 각 나라마다 그 나라 고유의 문화와 관습이 반영된 법명(불명) 작법이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여기에서는 불탑의 나라, 위빳사나수행의 나라로 일컬어지고 있는 '미얀마'의 법명(불명) 작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대화형식의 글은 최근에 이 승이 직접, 한국에 주석하고 계신 미얀마 사야도께 자문을 구하고, 미얀마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정리한 자료입니다)


"스님, 두루 무고하시지요?

사야도께도 안부 전해주세요. 뵌지 오래되어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진정되면 남행길에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오늘 불쑥 문자드린 이유는, 이곳 상가스님들이 달마다 서울서 모여 포살하고 교단현안이나 테라와다 예식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데, 지난달엔 상가스님들께서 사야도께 여쭈어 빨리어 법명(불명) 짓는 법에 대해 자문을 구했으면 좋겠다 하였습니다. 미얀마나 태국 등지에서는 작명할 때 전통적인 작명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야도께서도 분명 알고 계실 것같아 이렇게 여쭈오니, 법명(불명) 짓는 방식에 대해 그 어떤 것이라도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미얀마에서는 태어난 요일에 따라 짓지만

현재 사야도께서는 그 수행자에게 알맞다고 생각하시는 덕목 상황 등을 고려하셔서 어떤 원칙은 없이 지어주고 계십니다. 존자 여러분들 건강하게 정진 전법 여일하시길 기원합니다."


(다음은 미얀마 사야도께 자문을 구했던 법명ㆍ불명 작법과 관련하여, 미얀마 불자에게 물어본 미얀마 사람들의 작명법에 관한 내용입니다)


Q : 선생님은 무슨 요일에 태어나셨나요?

A : 저는 호랑이가 상징 동물인 <월요일>에 태어났어요.


Q : 아, <월요일>에 태어나신 분들은 '킨'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사용하는 건가요?

A : <월요일>에 태어난 사람은 주로 K로 시작하는 이름을 많이 사용해요. 킨 말고도 카인, 응웨 등이 있어요.


Q : 다른 요일에는 어떤 음절을 사용하는지알려주세요.

A : <화요일>은 S, Z 로 시작하는 샨, 쪼 등을 사용하고, 

<수요일>은 Y, R 로 시작하는 야민 등과 같은 단어, 

<목요일>은 M, P, B 로 시작하는 묘, 표, 바 등을 사용해요. 

<금요일>은 T, Th 로 시작하는 뚜라, 한 등을 사용하고,

<토요일>은 T, D, N, Ht 로 시작하는 투웨이, 틴, 난다 등, 

<일요일>은 A, E, O 로 시작하는 아웅, 에잉 등을 주로 사용해요.


태어난 요일에 근거한 이와같은 작명법은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미얀마 스님들이 출재가자에게 법명(불명) 지어줄 때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미얀마 사람들이 태어난 요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짐작이 갑니다. 


양곤 쉐다곤 파고다에는 각 요일에 맞추어 조성된 소탑과 불단이 본탑을 에워싸고 있는데, 각각의 요일에 태어난 불자들이 자신에 맞는 불단에 찾아가 예배공양 올리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요일과 관련된 이와같은 불단양식은 미얀마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일은 동양철학에 있어서 우주의 생성원리인 음양오행에 기반한 것으로서, 한국전통에서는 태어난 년월일시에 기초하여 <한자 획수의 합>과 <그 합의 홀(양) 짝(음)>에 맞추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불가에서는 이와같은 작명법을 따르지 않고, 미얀마 사야도처럼 출재가자의 덕성과 출가인연 혹은 서원이 담겨있는 의미있고 부르기 좋은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불교도들에게 수계식과 함께 법명(불명)을 받는다는 것은 불자로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출가자의 경우엔 세속적 삶의 방식을 버리고 부처님 가르침 따라 생사해탈에 이르겠노라는 의지의 표명이며, 재가자의 경우엔 몸은 세간에 머물고 있지만 감각적 욕망을 자제하고 도덕적 삶을 유지하면서 참다운 불자로 살아가겠노라는 스스로를 향한 고귀한 다짐입니다.


고따마 붓다께서 전법을 선언한 이래, 수계식과 함께 2600년동안 이어져오고 있는 이와같은 법명(불명) 짓는 전통은 후대에 길이 전승해야 할 소중한 불교유산입니다. 테라와다 불자로서 아직 빨리어 불명(수계명)을 받지 못한 재가불자들은 수계식에 동참하여 빨리어 불명과 함께 열반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청정계를 수지함으로써 테라와다 불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삽베삿따 아네가 호뚜!

 삽베삿따 아둑카 호뚜!

 삽베삿따 수키아따낭 빠리하란뚜!"


(일체중생들 악심에서 벗어나소서!

 일체중생들 고통에서 벗어나소서!

 일체중생들 행복하고 평안하소서!)


 불멸 2565(6)년 3월 9일

 천림산 기슭에서 

 메따와 함께 

  _()_



0

INFORMATION


상호명 : (사)한국테라와다불교


법인등록번호 : 135-321-0000777  이사장: 이용재

주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웅촌면 반계1길 21-33 붓다의 길따라 선원

TEL: 010-4242-5140/ 010-3181-2316 

E-MAIL: stonhi27@hanmail.net


Copyright© 사단법인 한국테라와다불교 사무국ALL RIGHTS RESERVED.


CONTACT

INFORMATION


상호명 : (사)한국테라와다불교


법인등록번호 : 135-321-0000777

이사장: 이용재

주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웅촌면 반계1길 21-33 붓다의 길따라 선원




TEL:   010-4242-5140/ 010-3181-2316

E-MAIL: stonhi27@hanmail.net


Copyright© 사단법인 한국테라와다불교 사무국

ALL RIGHTS RESERVED.




© BYULZZI Corp. All Rights Reserved. hosting by byulz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