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사를 짓고 살면서 부처님 사리를 모시게 되었는데, 그때 스리랑카에서 사리를 모시고 온 스님이 이곳에서 오래 머문 적이 있었다.

1983년의 어느 날로 기억된다. 평안도 사람의 기질이 다른 사람이 삐뚤어지는 것을 그냥 못 보는 성미라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루는 누가 잘못한 일이 있어, 내가 심하게 꾸짖으며 고함을 지른 일이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던 스리랑카 스님이 갑자기 보따리를 싸는 것이었다.

통역하는 사람에게 물었다.

“왜, 짐을 챙기고 합니까?”

“저 스님이 가신다고 합니다.”

“왜, 간다는 것입니까?”

“스님께서 화를 내셔서 가겠답니다.”

“저 스님한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사람한테 화낸 것인데, 그래요?”

“승려가 진심(嗔心)을 일으키니 같이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스님은 내가 화를 내는 것이 부처님의 수행하고는 거리가 먼, 아주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사실 그때는 그 스님이 승려가 진심을 일으키니 같이 살 필요 없다고 떠나려는 것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낸 게 무슨 잘못이냐?’고 생각했으니,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이다. 스님은 남이 잘하든 못하든 간에 화를 내지 말아야 하는 것인데, 성냄이 잘못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으니, 진실로 나는 자기 잘못을 모르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진작 알았으면 그런 일이 없었겠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 후 부처님 법을 좀더 가까이 알고 나서야 비로소 스님으로서 당연히 진심을 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내가 올바르다며 법적인 투쟁을 한다든가, 또는 무슨 일이든 내가 온당하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들 역시 부처님 법하고는 어긋나는 일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1988년도에 미얀마의 우 빤디따 스님이 승가사에 오셔서 남방불교 수행법을 지도한 적이 있었다. 한 달 동안 강의를 받았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나는 태국으로 갔다. 처음엔 미얀마로 가려고 했으나, 당시로서는 미얀마 비자 받는 게 불가능해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그때만 해도 미얀마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 후 나는 미얀마, 스리랑카, 태국 등지에서 근본불교를 수행했지만 한곳에 오래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잠깐씩 머물렀을 뿐이다. 조금씩 책자도 보아가며 먼저 수행하신 분들의 말씀도 들으며 정진했던 것이다.

1989년에는 한국팔리승가대학을 열었다. 원래 팔리 승가대학은 이전부터 가산스님이 먼저 하시던 것이었다.

“앞으로 우리가 참으로 배우고 익히고 수행하려면 팔리어를 공부해야 하고, 팔리어를 못하면 불교의 기본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요.”

가산스님의 뜻을 받들어 아직 팔리승가대학 학장직을 맡고 있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부처님의 정법을 행하고 알리기가 정말 힘든 일이다.

- <조건 따라 생겨난 것은 조건 따라 사라지는 것> 中, 도성(뿐냐산또) 큰스님, 삼각형 프레스, 200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