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 2565(6)년 테라와다불교 우기안거 입재에 즈음하여/ 빤냐완따 스님

Kusalo
2022-07-18
조회수 408

어제는 서울 청파동에 소재한 담마와나선원에서 테라와다불교 재가불자님들을 위한 "우기안거(왓사와-소) 입재기념, 아짠 진용 빤냐와로 장로스님의 초청법문과 승보공양의식(상가다나뿌자)"가 있었습니다. 빨리어 '왓사'는 '우기철'이란 뜻이며, '와-소'는 일정한 곳에 머물다는 뜻입니다. 우기안거는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위해 친히 제정해주신 매우 중요한 율법입니다. 안거기간은 매년 음력 6월 15일 ~ 9월 15(출가자는 6월16일 ~ 9월15일)까지 석달입니다. 우기안거 석달은 일정한 곳에 정주하면서 생사해탈을 위한 수행정진에 더욱 매진하는 기간입니다. 


어제 법회는 삼보예찬, 삼귀의오계, 큰스님법문, 상가공양, 축원, 회향의식 순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드디어 법회의 클라이막스인 삼장법사 빤냐와로 대장로스님의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의 맑고 잔잔한 음성을 타고 법의 향기가 40분 동안 담마와나선원 홀에 가득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칸띠(인내)' 와 '띠띡카-(감인)'의 차이에 대해 탐진치의 극복이나 마음의 조절ㆍ균형과 관련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셨고, 또한 '따뜨라맛차땃따(중립, 균형)' 와 '우빽카(평정, 평등)' 의 미묘한 차이를 실수행의 활용적 측면에서 쉽게 이해시켜 주셨습니다. 


법문을 청취하고 있는 불자들 중에는 엄마를 따라온(이끌려 왔을까?) 일곱살 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한 명 있었습니다. 어른 수행자들을 위한 큰스님의 법문을 그 아이는 단 한 구절도 알아들을 수 없었을 테지만 그 아이는 무릎을 가지런히 모은 채 엄마의 핸드폰을 움켜쥐면서 40분 동안의 기나긴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이따금씩 하얀 마스크 속에서 하품을 할 때면 아이의 왼쪽 눈에서 하품의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그럼에도 그 아이는 졸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은 채 잘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가끔 눈길 마주칠 때마다 응원의 신호처럼 미소를 보내거나 한쪽 눈을 깜박여 주었습니다. 


법문이 끝났습니다. 마침내 그 아이는 40분(혹은 1시간) 동안의 '칸띠 빠라미(인욕바라밀)' 수행을 성취하였고, 그 만큼의 인욕공덕을 쌓았습니다. 아마 일평생 잊지 못할 지루함의 진면목을 보았을 것이며, 그 고통에 결코 굴복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깨에 힘좀 들어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이 승 역시 그와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평생 잊혀지지 않는 몇 안되는 경험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섯 살 무렵부터 할머니의 손을 잡고 십여리 길을 걸어 산사에 가곤 하였습니다. 할머니가 손수 입에 넣어주시는 새하얀 알사탕을 굴리며. 


알사탕이 다 녹아갈 쯤 절에 당도하여 법회인지 무슨 불공인지는 알수 없지만 저만치 황금빛 부처님이 앉아 계셨고, 아이는 할머니 옆에 긴 시간 쪼그리고 앉아 단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스님의 법문을 귀등으로 들으며 스님의 말이 끝나기만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그 첫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산사의 풍경이나 스님을 포함한 법당안에 있던 사람들, 즉 인물과 배경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법당 안에서의 차마 버텨내기 힘들었던 지루함은 지금도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 일이 년 할매 손잡고 절에 다니다 보니 제법 이력이 생겼습니다. 


스님께서 법문을 하든 말든 아랑곳 없이 매미소리를 들으며 한 마리 매미가 되어 따라 울거나, 새소리를 듣다가 문득 푸른 하늘로 날아올라 별나라를 여행하면서 놀다보면 어느샌가 스님의 법문은 끝나 있었고, 호주머니에는 맛나는 사탕ㆍ과자까지 가득하니 할매 따라 절에 다니는 재미가 재법  쏠쏠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누구에게나 사무치는 기억, 잊지 못할 추억 몇 개쯤 있을 것입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이나 환희의 순간, 가령 물놀이하다 물에 빠져 죽을 뻔했거나 8전9기에 성공하여 성취의 보람을 만끽했던 기억. 무의식 저 깊은 곳에 숨어있는 상처의 흔적, 그 전생의 일들. 


이 글의 말미에 소개될 시 <일곱 살 때>는 6년 전쯤인가 유년의 기억을 떠울리며 쓴 것입니다. 드디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 세상의 모든 테라와다 불교도들이 불기 2565(6)년 우기안거에 들어갔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테라와다 사원, 선원, 수행토굴에서 혹은 이 세상의 모든 테라와다 불자들의 가정, 직장, 학교에서 우기안거 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느슨해진 신발끈 다시 한번 고쳐 매고, 고따마 부처님께서 가신 길 진리의 길 담마 따라서 한 걸음 한 걸음. 사랑과 미움이 밤낮없이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태어남과 늙음과 병듦과 죽음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윤회하는 이곳으로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하며. 


아래의 빨리어 게송은 어제 상가스님들께서 입재기념 법회에 참석한 불자님들의 공덕을 찬탄하며 합송한 축복게송입니다. 어제 이 승이 선창하면서 빨리어만 하고 한글의 의미는 생략하였는데 그 부분까지 첨가하여 법회에 직접 참석하셨던 분들과 개인사정상 마음만 함께하고 몸은 함께할 수 없었던 모든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축원해 드리오니 이러한 공덕으로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 고통에서 벗어나고, 위험에 빠진 모든 중생들 위험에서 벗어나서 행복하고 평안하기를!  마침내 탐욕으로부터 길이 벗어나고, 성냄으로부터 길이 벗어나고, 어리석음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해탈열반에 이르기를! 


                                    * 


Yathā vārivahā pūrā, paripūrenti sāgaraṁ,

야타- 와-리와하- 뿌-라-, 빠리뿌-렌띠 사-가랑,

evameva ito dinnaṁ, petānaṁ upakappati,

에-와메-와 이또- 딘낭, 뻬-따-낭 우빠깝빠띠,

Icchitaṁ patthitaṁ tumhaṁ, khippameva samijjhatu,

잇치땅 빳티땅 뚬항, 킵빠메-와 사밋자뚜,

sabbe pūrentu cittasaṅkappā, cando paṇṇaraso yathā,

삽베- 뿌-렌뚜 찟따상깝빠-, 짠도- 빤나라소- 야타-,

maṇi jotiraso yathā.

마니 조-띠라소- 야타-.


Sabbītiyo vivajjantu, sabbarogo vinassatu,

Mā te bhavatvantarāyo, sukhī dīghāyuko bhava.

삽비-띠요- 위왓잔뚜 삽바로-고- 위낫사뚜,

마- 떼- 바와뜨완따라-요- 수키- 디-가-유꼬- 바와.

                                                                 (3번 반복) 


Abhivādanasīlissa, niccaṁ vuḍḍhāpacāyino,

Cattāro dhammā vaḍḍhanti, āyu vaṇṇo sukhaṁ balaṁ.

아비와-다나실-릿사 닛짱 웃다-빠짜-이노-,

짯따-로- 담마- 왓단띠 아-유 완노- 수캉 발랑.

     

Bhavatu sabbamaṅgalaṁ rakkhantu sabbadevatā,

sabbabuddhānubhāvena sadā sotthī bhavantu te.

바와뚜 삽바망갈랑 락칸뚜 삽바데-와따-,

삽바붓다-누바-웨-나 사다- 솟티- 바완뚜 떼-.

sabbadhammānubhāvena sadā sotthī bhavantu te.

삽바담마-누바-웨-나 사다- 솟티- 바완뚜 떼-.

sabbasaṅghānubhāvena sadā sotthī bhavantu te.

삽바상가-누바-웨-나 사다- 솟티- 바완뚜 떼-.



((가득 찬 강물 넓게 뻗어내려 바다를 가득 채우듯이,

모든 이들에게 축복이 가득하기를!

여기 모인 이들에게 바로 공덕이 되듯이,

돌아가신 분들에게도 이와같은 축복이 내리기를!

그대가 바라고 원하는 어떤 것이라도 속히 성취되기를!

마치 보름달 둥근달이 떠오르듯,

밝고 찬란하게 빛을 내는 구슬처럼,

그대가 뜻한 모든 일들이 원만하게 성취되기를! 


"모든 고뇌에서 벗어나기를!  모든 질병 씻은 듯이 사라지기를!

그대에게 장애가 없기를!  그대가 행복하게 오래 살기를!" 


누구라도 존경스런 성자를 항상 공손히 자연스럽게 받들면

수명의 장수, 용모의 아름다움, 행복과 건강이라는 

4가지 담마가 날로 증장한다네. 


그대에게 모든 축복 있기를!  모든 천신들이 그대를 보호하기를!

모든 부처님들의 위신력으로 그대가 항상 안전하기를!

모든 담마의 위신력으로 그대가 항상 안전하기를!

모든 상가의 위신력으로 그대가 항상 안전하기를! ))



                        * 


             < 일곱 살 때 > 


     절에 갔었네, 일곱 살 무렵

     할매 손 잡고 시오리 산길

     금빛 부처님 집에 갔었네. 


     성철스님 열반할 땐 가야산으로

     서옹스님 '할'을 할 땐 운문암으로

     서역만리 버마 건너 실론섬으로 


     사념처(四念處) 닦으며 돌아다녔네.

     몸과 마음 관(觀)을 하며 오늘은

     가을빛 가사 감고 예경을 하네. 


     '윤회계의 모든 존재들 행복하소서!'

     아침엔 이렇게 축원을 하고 저녁엔

     '이 몸은 뼈와 살과 눈물과 핏물 ...' 


     절에 갔었네, 일곱 살 무렵

     금빛 부처님 만나러 시오리 산길

     인제는 가고 없는 할매 손 잡고.


                             ㅡ 불멸 2565(6)년 7월 17일 한낮

                                 천림산 기슭에서 자애와 함께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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